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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선 사이에서

매츠 구스타프슨(MATS GUSTAFSON)의 간결하고 미니멀한 일러스트레이션에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그려내는 디올 룩의 다채로운 매력이 오롯이 드러난다. 그래픽적으로 풀어낸 우아함의 향연, 리졸리(Rizzoli) 출판사에서 공개하는 한 권의 특별한 작품집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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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츠 구스타프슨(MATS GUSTAFSON)

강렬하고 예리하면서도 시적 감성이 묻어나는 그의 필치는 디올 스타일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2012년, 디올 매거진의 창간호부터 매츠 구스타프슨은 자신만의 드로잉 아트를 통해 디올 하우스의 최신 크리에이션은 물론, 디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아이코닉 의상들에 담긴 시간을 초월한 모더니티를 구현해 왔다. 이 역동적인 패션 스토리는 새롭게 출간되는 서적 «Dior by Mats Gustafson*»의 페이지를 따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번 신간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올 여성 라인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부임한 이래 디자인한 실루엣들을 주제로, 스웨덴 출신의 아티스트가 매 시즌 일관되면서도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려낸 크로키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매츠 구스타프슨은 자신의 일러스트를 매개로, 의상에 담긴 진정성을 중점적으로 탐구하기 위하여 주어진 맥락과 장식 요소, 그 외 모든 디테일을 과감히 생략하고 표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작품을 창작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의지를 드러낸다. 따라서 레이스의 섬세함과 자수의 복잡성, 가죽 백의 관능적인 촉감, 그리고 무슈 디올이 소중하게 여겼던 건축에 가까운 정교한 의상 구조를 표현한 다양한 디테일이 없다면, 그의 데생은 거의 추상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직관적인 붓 터치로 강조된 수채화와 콜라주를 접목한 그의 작품들은 직물의 텍스처와 표면, 투명 효과를 마치 시적인 설명문처럼 해석한다. 특히 2024 봄-여름 디올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위하여, 그는 탁월한 장인 정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공예 기법으로서 패션쇼의 룩들을 아름답게 빛내준 무아레(moiré)의 춤추듯 일렁이는 매혹적인 물결무늬를 훌륭하게 묘사해 냈다.

*2024년 10월 리졸리(Rizzoli) 출판사에서 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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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츠 구스타프슨(MATS GUSTAF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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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츠 구스타프슨(MATS GUSTAFSON)

“한 장의 스케치는 걸음걸이와 태도, 제스처를 암시해야 합니다. 의상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고, 종이 위에서 이미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명력을 가져야 하죠.”

— «크리스챤 디올과 나 Christian Dior et moi»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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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츠 구스타프슨(MATS GUSTAF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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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츠 구스타프슨(MATS GUSTAFSON)

아티스트는 또한 그 독보적인 재능을 토대로, 신체 위에 패브릭을 둘러서 체형을 더욱 돋보이게 연출하는 드레이프의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형상화했다. “드레스는 오직 착용되었을 때만 비로소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라고 밝힌 아티스트의 철학은 “한 벌의 드레스가 성공적으로 완성되려면, 그 의상이 일상의 움직임 속에서 늘 함께한다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는 무슈 디올의 비전과 그 결을 같이 한다. 이 모든 것은 마치 꾸뛰르의 미래를 제시하는 귀중한 아카이브처럼 놀랍도록 많은 의미가 담긴 그 섬세한 이미지들의 정적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미공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풍성하게 채워진 이 뜻깊은 서적에서는 특히, 2020-2021 가을-겨울 디올 레디-투-웨어 컬렉션 또는 향수 ‘미스 디올 Miss Dior’의 뮤즈인 나탈리 포트만을 위해 2021년 특별히 제작된 ‘미스 디올 Miss Dior’ 드레스 등을 비롯한 주옥같은 작품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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