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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수아레스(ANGELA SUAREZ)

디올과 스페인, 눈부시게 뜨거운 열정

스페인, 그리고 그곳의 다채로운 문화유산은 크리스챤 디올에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들을 위한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그 변함없는 창조적 우정에 관한 스토리를 루시 알렉상드르(Lucie Alexandre)가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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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타티아나 우소바 Tatiana Usova Inspired by Velázquez’ 디자인, 2007 가을-겨울 오뜨 꾸뛰르

시즌을 따라 선보이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올 컬렉션은 노하우와 문화 사이에 흐르는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Dior around the world»는 대륙을 넘나들며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패션을 제시하고자 한 무슈 디올의 프로젝트와 늘 함께한 상징적인 모토다. 이와 같은 비전은 장소와 지식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디올의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를 이끌어 주고 있다. 그리고 2023 디올 크루즈 패션쇼를 위하여, 스페인은 꾸뛰르와 창작물이 결합된 이벤트를 매개로 공간과 공동체를 잇는 그 매혹적인 여정의 새로운 기착지가 되어 주었다. 1948년 가을-겨울 컬렉션부터, 무슈 디올은 ‘팜플로나 Pampelune’라는 이름의 드레스를 디자인하며 스페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출했다. 이후에도 ‘안도라 Andorre’, ‘마드리드 Madrid’, ‘바르셀로나 Barcelone’ 등, 그가 여행했던 도시들의 추억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들이나 ‘파끄 아 세비유 Pâques à Séville(세비야의 부활절)’, ‘페뜨 아 그르나드 Fête à Grenade(그라나다의 축제)’, ‘발 아 세비유 Bal à Séville(세비야의 무도회)’ 같은 축제 형식의 특별한 종교적 문화유산을 찬미하는 드레스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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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아 궁(Palacio de Liria)과 프라도 박물관(Museo Nacional del Prado)에서 공개된 1959 봄-여름 오뜨 꾸뛰르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마드리드를 방문한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1959년. 디올 헤리티지 컬렉션, 저작권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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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보앙(Marc Bohan)의 디렉션 아래 마드리드에 주재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1967 봄-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1967년 4월. 디올 헤리티지 컬렉션, 저작권 소유.

1955년, 디올 최초로 마드리드 프랑스 대사관에서 봄-여름 오뜨 꾸뛰르 라인을 선보인 자리를 통해 그는 스페인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또 한 번 드러냈다. 같은 해, 크리스챤 디올의 벗이자 절친한 동료였던 수잔 룰링(Suzanne Luling)의 일기에 따르면, 그는 바르셀로나를 방문하기도 했다.

몇 해가 흐른 1959년에는 당시 디올 하우스의 아티스틱 디렉터였던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Museo Nacional del Prado)의 웅장한 갤러리에서 공개된 디올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바 있으며, 1967년에 이르러 마르크 보앙(Marc Bohan)은 마드리드에서 톨레도(Toledo)까지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들과 함께 스페인을 두루 돌아보았다.

2007년,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는 자신의 출생지인 스페인에서 «예술가들의 무도회 Bal des artistes»를 위한 아이디어를 길어 올렸다. 그는 베르사유 궁전(Château de Versailles)의 오랑주리(Orangerie) 정원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회화의 거장들이 남긴 작품들을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초상화 갤러리를 선보였는데, 이 자리에서 엘 그레코(El Greco), 벨라스케스(Velázquez), 수르바란(Zurbarán), 고야(Goya), 이냐시오 술로아가(Ignacio Zuloaga) 같은 화가들과 함께 스페인은 중요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1929년 다채로운 스페인 문화의 진면목을 소개한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세비야의 웅장한 스페인 광장에서 공개된 2023 디올 크루즈 패션쇼는 페리아(feria)라고 불리는 스페인의 축제들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냈다. 현대적인 분위기의 무어 양식과 무데하르 스타일이 접목된 이 장엄한 건축물에는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세비야만의 독자적인 미학이 찬란하게 집약되어 있다. 이번 크루즈 라인만의 유니크함이 고스란히 투영된 런웨이 무대는 예술적인 만남과 나눔과 화합의 정서를 표현한 집단 퍼포먼스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무용 예술과 승마 전통이 어우러진 이번 쇼는 모두가 함께 참여한 작업 과정, 공연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 리듬과 정교함, 그리고 제스처의 아름다움이 이루어 낸 협업의 에너지를 그 무엇보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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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4월 마드리드에 주재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1967 봄-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위한 여행 중에 촬영된 사진. 디올 헤리티지 컬렉션, 저작권 소유.

“세비야는 세계를 향해 열린 문입니다. 또한 이를 환영할 줄 아는 도시죠.”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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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가로팔로(Alessandro Garof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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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을 주제로 한 탐구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작업에 있어 핵심적인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선보이는 각 컬렉션은 시대별, 나라별, 문화별로 ‘여신’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연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스 여신부터 17세기 라 롤다나(La Roldana)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세비야 미술의 숨은 거장 루이사 롤단(Luisa Roldán)이 제작한 바로크풍 조각상, 그리고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가 강렬하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포착한 여성 캐릭터들에 이르기까지, 2023 디올 크루즈 패션쇼는 스페인 여성에 대한 각양각색의 비전을 보여주었다. 또한, 성모 마리아 또는 세비야 마카레나를 향한 숭배 의식을 구현한 여성 이미지들은 16세기의 열성적인 신앙심과 오늘날의 대중문화 현상을 하나로 연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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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 주재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1967 봄-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1967년 4월. 디올 헤리티지 컬렉션, 저작권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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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필리핀에서 세비야로 수입되었으며 중국 자수 기법으로 제작되어 여러 문화의 영향이 배어 있는 액세서리인 마닐라 숄과 세비야 의복의 상징적인 레이스 아이템인 만틸라는 이번 컬렉션에서 새롭게 재탄생한 빼놓을 수 없는 스페인 민속 공예품이다. 이처럼 다양한 재해석은 헤리티지와 모더니티를 아우르는 우아함을 노래하듯, 풍요로운 수공예 세계를 예찬하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자인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번 컬렉션을 위하여, 그녀는 부채*를 제작하는 아바니코스 카르보넬(Abanicos Carbonell)이나 자수를 전문으로 하는 헤수스 로사도(Jesús Rosado) 같은 뛰어난 노하우를 보유한 현지 아뜰리에들과 긴밀한 협업을 펼쳐냈다.

장인들의 상징적인 제스처에 헌사를 바치는 이번 컬렉션은 아름다운 일탈과 영원한 여행을 꿈꾸는 시적인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 중국에서 온 초창기 선원과 모험가들이 스페인으로 가져온 부채는 세비야 여성들의 제스처와 애티튜드에 깊이 뿌리내린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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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가로팔로(Alessandro Garof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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