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처의 아름다움

파리 몽테뉴가에서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까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2023 디올 크루즈 컬렉션을 위하여 디올 하우스 아뜰리에의 탁월함과 안달루시아의 전통적인 노하우를 하나로 아우르는 흥미진진한 대화를 이끌어냈다. 다양한 예술과 문화에 바치는 유쾌하고 생기 넘치는 헌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이러한 공감의 정서는 무한한 자유의 날개를 펼쳐낸다. 글: 마틸다 파니가다(Mathilda Panig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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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히메네스 레이(Cristina Jiménez Rey).

전 세계의 다양한 노하우를 잇는 연결고리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문화유산의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전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데 힘써 온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2023 디올 크루즈 라인을 위한 새로운 행선지, 새로운 영감의 원천으로 세비야를 선택했다. 다문화적 특징이 묻어나는 이 도시의 풍요로운 창조적 에너지에 매료된 아티스틱 디렉터는 패션에 대한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여러 분야가 교차하는 열정적인 대화를 통해 과거를 거울 삼아 현재를 만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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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피 꺄르(SOPHIE CA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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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고메스 루이스(Cristina Gómez Ru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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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produced by Alba Sotorra Cinema Productions (@albasoto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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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히메네스 레이(Cristina Jiménez Rey)

따라서 패션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실루엣들은 다양한 지식과 영감, 모험과 만남, 그리고 상상력으로 탄생한 이 창조적 하모니를 고스란히 구현하고 있다. 먼저, 매혹적인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컬렉션 전체를 관통한 자수 장식은 헤수스 로사도(Jesús Rosado)의 더없이 정교한 기교를 바탕으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되었다. 종교의식에서 성모 마리아상에 입히거나 예배식에서 착용하는 의상 원단에 수를 놓기 위하여 오직 금사와 은사만으로 작업하는 이 세비야 장인은 그가 특별히 선정한 작품들을 통해 아뜰리에가 보유한 탁월한 노하우를 드러낸다. 이 고급스러운 전통 장식 기법은 얕은 돋을새김을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자수로 재해석되어, 중국 문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판구(개구리 단추)’로 포인트를 준 ‘바 Bar’ 재킷과 ‘레이디 디올 Lady Dior’ 백 위에서 새롭게 피어났다.

중국에서 필리핀, 스페인, 그리고 남미에 이르기까지 대륙을 넘나드는 기나긴 여행으로 이룩한 헤리티지를 토대로, 중국 자수 기법을 사용하여 제작되는 마닐라 숄은 보편적인 언어로서 수공예가 지닌 역할을 강조하며 바로 그러한 관점에서 컬렉션의 모든 정신을 집약했다. 안달루시아의 엠블럼과 같은 이 액세서리에 대한 노하우는 3대에 걸친 여성 장인들이 작품 제작에 매진하고 있는 안젤레스 에스피나르(Angeles Espinar) 공방에서 비밀스럽게 전승되고 있다. 2023 디올 크루즈 패션쇼를 위해 전통 자수 장식과 디올의 아이덴티티를 결합하여 특별히 디자인된 숄 시리즈는 이 여성 아뜰리에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수작업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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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고메스 루이스(Cristina Gómez Ru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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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고메스 루이스(Cristina Gómez Ruiz)

안달루시아의 기마술과 밀접하게 관련된 가죽은 정교한 마감이 돋보이는 컬렉션 룩을 따라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 크루즈 컬렉션을 준비하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하비에르 메나초 구이사도(Javier Menacho Guisado)와 협업하여 그만의 탁월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올 하우스의 아이코닉 백들을 새롭게 재창조했다. ‘새들 Saddle’ 백은 가장자리와 핸들 가운데의 스티치 장식이 돋보이는 시네(chiné) 모티브로 장식되었으며, 벨트를 응용한 점선 디테일은 ‘레이디 디올’ 백의 상징적인 까나쥬 패턴을 그리는 스티치를 대신해 주었다. 섬세하면서도 황홀한 세공 기술은 또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제안한 아티스트 피에트로 루포와 가죽 공예 장인 다니엘 로페즈-오브레로 카르모나(Daniel López-Obrero Carmona)의 흥미로운 교류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번 패션쇼를 위해 다니엘 로페즈-오브레로 카르모나는 로마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안달루시아식 승마용 장비들과 안장을 넣기 위해 고안된 트렁크에 부착하는 채색된 가죽 패널에 그대로 옮겨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코르도바 가죽의 유서 깊은 전통을 새롭게 풀어낸 이 장인의 놀라운 솜씨는 컬렉션의 백 시리즈를 장식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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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produced by Alba Sotorra Cinema Productions (@albasoto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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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고메스 루이스(Cristina Gómez Ruiz)

현대적인 감성의 절묘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액세서리 하나하나에는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이러한 노하우들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세비야의 모자 전문점인 페르난데스 이 로슈(Fernández y Roche) 또한, 승마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안달루시아 기수들의 복장에서 착안한 두 가지의 클래식한 모자 형태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펠트 또는 스트로 소재로 완성된 모자들은 섬세한 프로그 장식끈과 풍성한 자수로 눈길을 끈 볼레로나 쇼트 베스트, 경쾌한 레이스 장식의 화려한 이브닝드레스와 매치되어 각각의 의상에 특유의 당당한 우아함을 더해주었다.

독보적인 분위기로 룩을 빛내주기 위하여 작고도 고귀한 광채를 발산하는 주얼리 역시 세비야와 디올 하우스의 문화유산 사이의 특별한 대화를 엮어냈다. 주로 종교의식에 사용하는 장식에 들어가는 전통 금속 세공술을 계승하고 있는 오르페브레리아 라모스(Orfebrería Ramos) 아뜰리에는 디올의 아티스틱 디렉터와 함께 로즈 드 그랑빌에서 영감을 받은 토탈 주얼리 라인을 구상하여 창립 꾸뛰리에 크리스챤 디올을 향한 섬세한 오마주를 담아냈다.  

초창기 중국의 선원과 모험가들이 스페인으로 가져온 부채, 여유로움과 고혹적인 매력을 겸비하여 의상에 액센트를 선사하는 이 장신구는 오브제로서의 아름다움과 제스처의 섬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장식적인 요소와 기능적인 요소를 모두 갖춘 이 액세서리는 스페인을 상상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으로, 수세기에 걸쳐 세비야 여성들의 애티튜드에 깊이 뿌리내렸다. 이처럼 상징적인 부채는 발렌시아의 아바니코스 카르보넬(Abanicos Carbonell) 아뜰리에에서 20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여전히 자신만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23 디올 크루즈 라인을 위하여 디올 하우스는 이베리아 지역과 베네치아 부라노 섬, 북유럽의 노하우들을 상호 참조하여 레이스 소재의 부채들을 제작했으며, 그 황홀한 입체감과 투명 효과를 통해 디올의 심벌들을 찬미했다.

뜨거운 열정과 함께 지식의 공유에 찬사를 바치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은 전통이라는 근본을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거듭하는 대담한 창조성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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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고메스 루이스(Cristina Gómez Ru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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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수아레스(ANGELA SUAR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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