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미광 아래, 금속과 유리로 제작된 70m 길이의 구조물이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가장 먼저, 엄숙한 어조 속에 저항적인 의지가 깃든 «May the building of a strong mind and a strong body be the greatest work I have ever made.(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기르는 일이 내 생애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되기를.)»라는 슬로건 같은 문장이 눈길을 끈다. 한 젊은 여성이 단어 사이를 헤치고 걸어 나와 구조물 내부에 자리 잡는다. 건강미가 돋보이는 조각 같은 실루엣의 그녀는 활과 화살을 들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정교하고 정확하게, 그녀는 활시위를 당긴다. 관객들은 일제히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화살이 공간을 가로질러 반대편 끝, 과녁에 그려진 눈 그림에 날아가 꽂힌다. 궁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 패션쇼의 막이 오른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2025 봄-여름 디올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위해 디자인한 위풍당당한 룩들 한가운데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이 여전사는 몽환적인 제스처의 안무를 따라 매번 과녁을 맞히며 자신의 퍼포먼스를 이어나간다. |